반가워, 크랙!
나의 삶은 ‘크랙’에서 비롯되었다. 크랙의 발견을 통해 화가로서 나의 작업도 다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밤 우연히 갈대 습지 사이로 난 오래된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너무나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발밑에는 기쁨, 슬픔, 사랑, 미움 등 우리 삶의 모든 테마가 어우러진 너무나 훌륭한 예술작품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깊고 푸른 우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경이로운 광경을 잊지 못했고, 그날 이후 크랙은 내 예술과 삶의 모티브가 되었다. 우리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 소멸하고 있으며, 크랙은 파괴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길이자 창조의 근원적 힘이다. 나는 ‘크랙은 창조의 원천이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씨름하며 내 안의 크랙을 따라가다 보니 드디어 자전적 그림책 <반가워, 크랙!>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길로 끝까지 이끌어준 크랙에게 감사하며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준 못난이조각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크랙 조각들과 별이 되셨을 아버지께 이 그림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