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정에 도달한 거니?
피고 지고 열매 맺는 자연의 변화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근교에 밭 한 뙈기 얻어 ‘슴슴 농부’가 된 후로 씨앗 한 톨이 열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단단한 알맹이인 줄 알았는데 거기서 고물고물 이파리가 나고 마치 나를 반기듯 나풀거리는 것을 보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상은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때때로 사는 일이 심드렁해지고 딱히 즐거운 것도 없고 재미난 것도 없고 마음이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해주고 때 맞추어 위안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평탄해 보이지만 실상은 굴곡과 구비를 거쳐야 하는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시로 마음의 영양제가 필요합니다. 위로니 위안이니 자존감이니 행복감이니 하는 다양한 마음 영양제를 보충해야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마음이 모래밭처럼 푸석거리고 메마른 먼지가 날리는 어느날, 문득 들판의 생명들이 보였습니다. 봄의 설렘과 거침없는 여름의 질주 스산한 가을과 매정한 겨울의 감촉이 심드렁한 일상에 소소한 이벤트로 다가왔습니다. 평온해 보이는 들판 속에서 생명이 움 트고 치열하게 살아내고 다시 돌아가는 순환과 순응이 보였습니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그랬습니다.
무심히 태어나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들판의 뭇 생명들도 우리처럼 희로애락과 생노병사를 거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풀 한 포기 열매 한 알에서 나오는 세상의 이치와 지혜를 시와 수필로 풀었습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풀, 나무 그리고 농작물들의 탄생과 성장이 사는 이치, 사는 지혜를 깨우쳐줍니다. 일 년 열두 달, 그 계절 그 절기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신과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반려견이며 반려묘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여기며 계절이 바뀌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뭇 생명들의 에너지가 ‘반려 시’와 ‘반려 수필’이 되었습니다. 시와 수필, 계절따라 변하는 들판의 생명들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반려 시’반려 수필‘속에 담긴 사유와 철학이 현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차 한 잔 마시는 여유처럼 혹은 나무 그늘에 앉아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한가로움처럼 ’마음 영양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