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감정 리터러시
우리는 매일 스크롤을 넘기며 짧은 웃음을 소비한다. 그 웃음의 파편들, 즉 밈 속에는 우리가 흘려보내기 쉬운 감정이 숨어 있다. 과장된 표정, 짧고 익숙한 문장, 반복되는 상황.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하며 웃지만, 그 순간 문득 자신에게 묻기도 한다. "왜 이걸 공유했지?""왜 웃었지?""왜 짜증이 났지?"
《디지털 감정 리터러시: 밈과 상담자의 짤막한 진심》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상담자로서 나는 내담자들의 말투와 감정 흐름 속에서, 인터넷 밈과 닮은 정서 리듬을 자주 마주했다. 유머로 감싼 자조, 짧고 강렬한 감정의 폭발, 과장된 무기력. 상담 장면과 디지털 밈이 공유하는 이 감정의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내담자들은 때로 복잡한 감정을 짧은 농담과 과장된 말투로 포장하고, 그 방식을 밈 속에서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밈은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짧은 웃음으로 포장하며, 때로는 그 웃음 뒤에 진짜 감정을 숨긴다. 그래서 밈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감정을 감추거나 보호하는 '정서의 언어'다. 상담 장면과 밈은 결국, 복잡한 감정을 짧은 리듬 안에 숨기려는 사람들의 비슷한 시도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밈이라는 짧은 상징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의 진심을 읽어내려 한다. 밈이 어떻게 감정을 우회하고, 어떻게 방어하고, 때로는 감정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지를 상담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이 밈, 웃겼어'에서 멈추지 않고 '왜 이 장면이 우리를 웃게 했을까'를 함께 묻는 실험이다.
밈은 감정 리터러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감정 리터러시는 흐릿한 감정을 다시 구별하고, 숨은 진심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이다. 밈을 이해하는 것은, 짧은 웃음 너머에 있는 정서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 이 책은 밈의 반복적 유머를 심리적 방어기제로 해석하며, 냉소, 유머, 자기희화, 무기력 같은 디지털 정서 리듬을 상담 장면과 연결한다.
우리는 묻는다. '어떤 밈을 공유했는가'보다 '왜 그 순간에 그 밈을 공유했는가'를. 이 질문이 감정 리터러시의 시작이다. 짧은 웃음 뒤에 남는 마음, 그곳에서 감정의 진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담자로서, 우리는 그 감정의 곁에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