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라 그릇 클리닉에서는 양각 처방전을 준다
조금 정신나간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 있는 3편의 이야기.
“반달 모양의 안경을 쓰고 있는 두루미는 여전히 온화한 기색으로 타닥타닥 타자기를 두들겼다. 잠. 잠이란 말이지.
너는 그 단어를 입 밖에 낸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어졌는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중얼중얼 몸을 떨며 차이코프스키 차이코프스키 단어를 반복했고,
두루미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처럼 잠깐 부리를 두드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걸어갔다.”
_신나라 그릇 클리닉에서는 양각 처방전을 준다 中
“한 때 제노다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인터넷 뉴스를 보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뒤,
몸을 씻고 왁스로 머리를 다듬으며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늘 넥타이를 졸라매고 현관 앞 거울에 자신의 웃는 얼굴을 비추는 것이었다.
제노다 씨의 셔츠는 단 하루도 주름진 법이 없었다. 몸에 붙은 오만 것이 쫙쫙 펴져 있었다.”
_덜렁덜렁 제노다 씨 中
“흰 탄산칼슘을 처음 손가락으로 만졌던 때가 떠오르자 나는 갑자기 카세트의 진심어린 애도가 하찮게 여겨졌다.
세상에 이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고마워. 근데 네가 뭘 안다는 거야?
나와 내 어금니의 유대에 대해서. 나와 내 어금니의 시간에 대해서. 넌 절대 이 슬픔을 공감할 수 없을 거야.
아니 누구도 그런 사람은 없을 거야. 누구도 나만큼 이 녀석과 함께인 적은 없었으니까.”
_눈 내리는 어금니 생존기 中